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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17 23:56 作
사탕, 벨소리, 동그랗게 뜬 눈
"해피 할로윈!"
현관문을 열자마자 사탕이 눈 앞으로 날아왔다. 작은 것도 아닌 롤리팝이 얼굴으로 날아와 본능적으로 피했다. 그 큰 사탕을 내 얼굴에 던진 장본인은 정작 해맑게 내 앞에서 웃고만 있었다. 그것도 마법사 모자와 망토를 두르고. 어린애도 아니고 이 형이 나잇값을 못한다. 호박 모양의 바구니에 사탕을 가득 담아 두손으로 꼭 쥐고는 초롱초롱하게 나만 뚫어져라 바라보는 게 내가 놀랄 줄 알았나보다. 한 참 잘못 생각하셨는데요, 김석진 씨. 제가 오늘은 조금 피곤해서.
"뭐? 야!"
현관 바닥에 떨어져 있는 예쁘게 포장 된 롤리팝을 다시 주워들곤 먼지를 살살 털었다. 무지개색으로 알록달록 말려있는 사탕이 떨어져 조금 깨졌다. 아랑곳 않고 바지 주머니에 꽂아넣었다.
"사탕은 잘 먹을게, 형."
"야, 김남준!"
알고 보니 꽤 열심히 준비한 거란다. 곧장 방으로 들어와서 잘 몰랐지만 거실도 풍선으로 예쁘게 꾸며놓고, 유치하게만 보였던 마법사 모자와 망토도 멤버들과 고심해서 골랐다고 했다. 사탕도 핑크색 포장지로만 골라 사느라 골치가 아팠다고도 했고.. 아니, 핑크는 자기가 좋아하는 거잖아. 아무튼, 그 사실을 정호석에게 방금 들은 나는 서둘러 석진이 형을 찾아갔지만 그는 울고 있었다. 그를 달래주는 멤버들이 전해주는 말로는, 다시는 얼굴도 안 볼 테니까 그렇게 알아! 라고 했다고. 이 형은 정말 철이 언제 들까. 방으로 들어와 이미 많이 깨진 사탕을 다시 집어들었다. 몇번 깨진 조각들을 문지르자 바스락 소리를 내며 사탕 조각들이 포장지 안에서 더 으깨어졌다. 절로 한숨이 나왔다. 아무리 피곤해도 형 귀여웠는데 장단 좀 맞춰 줄 걸.
"그렇지만 작업하느라 며칠이나 밤 샜단 말이야."
또 자기합리화. 아니다. 이러지 말아야지. 예쁜 애인 한 번 봐주면 되는 걸 오자마자 퍼질러 자가지고 울리기나 하다니. 내가 나쁜 인간이다. 괜히 들고있는 사탕을 더 부쉈다. 얼마나 부숴뜨렸으면 많이 으깨진 조각들은 하얗게 되기까지 했다. 아, 쓸데없다. 내가 뭐 하는거지.
"형, 저희 이제 연습 가야돼요! 석진이형 빨리 달래서 데리고 와요."
박지민이 멤버들과 서둘러 숙소를 나서며 말했다.
"너네가 안 데려가고 왜."
"..장난쳐요?"
눈을 흘기는 지민이에 조용히 입을 닫고 석진이형이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어깨까지 들썩이며 우는 모습이 영락없는 어린애였다. 물론 덩치 말고, 하는 짓이.
"형."
"뭐, 히끅, 아.. 저리 가."
하다하다 이제 딸꾹질까지 한다. 이런 것 까지 귀여운 난 콩깍지에 단단히 씌인 걸까.
"울지 마요. 눈 붓는다."
"저리가라구..."
눈물을 닦아주자 저도 좋아서 가만히 있는 주제에 입으로는 계속 가란다. 정말 다시 가면 또 울 거면서. 평소같으면 다시 가는 정도의 장난은 쳤을텐데 이번엔 나도 한 잘못이 있으니 그냥 조용히 우는 형을 다독여주었다. 한참을 마주보고 그러고 있자 이제 다 울었는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바닥만 쳐다본다. 귀는 한없이 빨개져있다. 자기도 쪽팔리는 건 아나보다.
"형, 다 울었어요?"
"......."
"미안해요. 작업하다 왔더니 너무 피곤해서."
"......."
"사탕 아직 있어요?"
"...저기."
형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에는 바닥에 내팽겨쳐진 사탕 바구니와 분홍색 포장지의 사탕들이 이리저리 흩어져 있었다. 이 형 버릇 이거 안되겠네. 사탕 몇 개를 주워 하나를 깐 뒤 내 입에 넣었다. 그러자 형이 입을 벌렸다. 그리고는 나도, 란다. 귀엽기는.
"싫은데."
형이 인상을 찡그렸다. 푸스스 웃고는 형에게 다가간 뒤 얼굴을 잡고 키스했다. 그리고는 내 입에 있던 사탕을 넘겨주었다. 슬쩍 형을 보자 눈을 크게 뜨곤 굳어있었다. 내 이럴 줄 알았지. 키스만 하면 긴장한다니까.
"맛있어요?"
"어, 어? 아니, 응..."
말 더듬는 것 조차 귀엽네. 이 쯤되면 나도 중증이다. 형은 내 손에 들려있는 사탕 하나를 가지고 가서 포장지를 까서는 사탕에 뽀뽀하고는 내 입에 넣어주었다. 입에 넣었다 전달해 주는 건 도저히 못하겠는 모양이다.
"이게 더 맛있지?"
순간 내 입술에 닿는 손가락에 흥분해 버려 그대로 형을 눕혔다. 다시 동그랗게 커진 눈이 나를 쳐다보았다. 이 때 형이 제일 귀여워. 또 가장 섹시하고.
옷 속에 스리슬쩍 손을 집어넣자 휴대폰 벨소리가 울렸다. 석진이 형의 휴대폰이었는데, 발신자는 매니저 형이었다. 연습 갈 시간이 되긴 했구나. 전화를 받으려는데 형이 전화기를 들고 가선 배터리를 분리해 저 쪽으로 던졌다. 그리고 나를 보며 웃는데 그렇게 섹시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 조금 더 솔직히 표현하자면, 존나 야했다. 형을 안아들곤 침실으로 갔다. 형은 내게 안긴 채로 아이같이 웃었다. 그 모습이 가장 예쁜 지도 모르고. 이렇게 예쁜 애인 앞으로는 안 울려야지.
"앞으로는 나 울리지 마."
형이 새침하게 눈을 뜨고는 말했다. 알겠어, 애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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